Title.How Much is your Dead Body Worth? - BBC Horizon

모든 영상물이 그렇듯 다큐멘터리에서 특별히 깊이 있는 뭔가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잘 모르던 주제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는 좋은 방법이죠. 지금 소개하는 다큐는 적어도 저에게는 무관심했던 이슈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How Much is your Dead Body Worth?>(나의 사체의 가격은 얼마일까?). 올해 BBC Horizon의 이 에피소드는 죽은 사람의 사체를 놓고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의학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과학보다 사회 다큐멘터리에 가깝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사후 신체 기증에 대한 인식이 많이 퍼진 것 같습니다.(장기 기증이라는 어휘를 많이 쓰는데 organ & tissue 합해 신체 기증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듯..) 그래봤자 일상에서 잘 와닿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증을 안 하는 사람들도 그게 꺼림칙하다든지 싫어서라기보다는 자기 일이라고 생각을 해 본 적이 별로 없다고 해야 할까요? 헌혈은 가깝지만 '사후' 기증은 멀지요..


그러나 의학계에서 사체를 원하는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의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더 다양한 이식 수술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체는 의학 연구 및 의사들의 실습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카데바를 이용하는 외과 실습 시설, 기증받은 시신에서 조직을 떼어내고 유통하는 기관/기업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왠만해선 접하기 힘든 장면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다소 오싹하게 보일 만한 장면도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편집을 해서 별로 심하지 않습니다)

(이건 닭껍질이 아니라..)

하지만 사후 기증자가 매우 적어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사실 옛날에는 공급 부족이 더 심해서 'resurrectionist'라는 시체 도둑들이 활개치고 다니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영국의 경우, 합법적인 시신 조달을 가능케 한 법령이 마련되는 1832년 이전에는 오직 사형수의 시신만 법원의 허가를 받고 해부할 수 있었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사체의 값어치가 높기 때문에, 사정이 나아진 지금도 어둠의 세계에서 시체를 불법 거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다큐는 최근에 붙잡힌 대규모 사체 절도/매매 사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유해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 'body snatcher'의 손으로 넘어가 고통을 겪는 유족.. 엄청난 수익에 눈이 멀어 뻔뻔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자.. 그리고 엉뚱하게 피해를 입는 이식 환자까지..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 이게 뭘까요? 잘 보면 짐작이 가겠지만..)

"남미에 놀러갔다가.."로 시작해서 "깨어나보니 나는 욕조 안에 누워 있고 콩팥 하나가.." 대충 이렇게 끝나는 유언비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있죠. 이 다큐를 보고 나면 왠지 몸이 으슬으슬해지면서 이게 왠지 농담이 아닌 것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내가 죽어서도 인간이란 믿을게 못 되는구나 싶은.. 그리고 신체 기증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증을 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기증자가 늘어나면 가격은 하락하고, 곧 이익을 노리는 불법 행위가 줄어들거라는 논리이죠. 따지고 보면 마약이 비싼 이유도 비슷하겠죠. 근데 마약과 달리 사체는 "심지어 훔친 것조차 좋은 목적을 위해 쓰인다"는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목적이 선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쉬쉬 하면서 문제를 묻어두는 대신 이렇게 이슈를 드러내서 해결의 기회로 만들자는 아이디어이죠. 이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워낙 과문한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장기 기증에 대해 접했던 홍보는 늘 '사랑', '나눔', '희생'이 키워드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런 식의 현실적인 홍보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도 해 봤습니다. 영 무관심했던 저는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정말 그렇구나!" 하고 제대로 설득당했거든요.

그건 그렇고,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나의 사체의 가격을 계산해 주는 웹사이트가 있더군요. 아래 보이는 그림을 클릭하면 거기로 연결됩니다. 질문 몇 개에 답을 넣으면 나의 몸뚱아리 예상 가격을 알려 주죠. 위에 나온 25만달러는 최종 의료 상품 가격을 합한 값 같고, 이 사이트는 1차 생산자인 내가 받는 원재료 가격(ㅡ,ㅡ)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How much is your dead body worth?

CadaverForSale.com

동영상 & 한/영 자막 -- BBC.Horizon.2008.How.Much.is.your.Dead.Body.Worth.zip

<How Much is your Dead Body Worth?> 스샷 (펼쳐 보기)




by croydon | 2008/08/31 19:57 | Documentaries | 트랙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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